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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 상 ◆

빛과 그림자 (감추고 싶은 것)

by ✪‿✪ 2021.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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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나무들, 그리고 빛과 그림자

 

상상의 시작

 해가 뜨고 빛이 숲을 쬐면 숲 속 나무들의 그림자가 생긴다. 나무들의 그림자를 바라보면서, 문득 이런 상상에 빠져본다. 내가 받아들이기 싫은 나의 모습을 그림자라고 상상해본다.

그림자

 많은 사람이 그러하겠지만, 나에게도 감추고 싶은 모습들이 있다. 하지만, 그 모습들을 감추면 감출수록 나의 그림자는 더 짙어진다. 한 때는 나의 모든 그림자들을 없애려 하였다. 그러나 스스로의 그림자를 모두 찾기는 불가능하였고, 그림자를 없애려는 노력이 커져갈수록, 놓쳐버린 그림자들은 더욱 깊숙이 숨어버리는 듯했다.

 내가 너무나도 맑고 투명하여 빛이 나를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면, 나에게 늘 그림자는 존재한다. 내가 빛을 바라보려 할수록 그림자는 당연히 내 뒤에 있게 된다. 등 뒤에 그려진 그림자의 형태와 크기를 알기는 쉽지 않다.

 

발견, 그리고 받아들임

 가끔 내 주변 사람들이 그 그림자에 대해 이야기해줄 때가 있다. 하지만 나에겐 낯선 그 이야기를 단번에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다 가끔, 남들에게서 내 그림자를 알아차릴 때가 있다. 누군가가 너무 미워지거나, 어떤 이의 특정 행동에 화가 난다거나, 이유 없이 그 사람이 싫어질 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나의 그림자를 바라본다.

그림자를 없애는 법?

 나는 아직 그림자를 없애는 법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자연스레 빛이 나를 더 비추길 기다리다 보면 그림자는 줄어들지 않을까. 이제는 그림자를 없애려고 하지도, 빛만 바라보려 하지도 않는다. 다만, 자유롭게 걷다가 내 그림자를 만난다면 이렇게 가벼운 인사 한 번 하련다.

 "네가 있다는 건, 빛이 나를 쬐고 있다는 거구나. 그러니 반갑다, 그림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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