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폭탄발언
오랫동안 주부로 살아오신 어머니가, 어느 날 다짜고짜 일을 하겠다고 하신다. 사실 그러한 선택은 전적으로 어머니의 몫이지만, 필자와 아버지는 약속이라도 한 듯 걱정 가득한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어머니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그 말에 평소에 어머니가 스치듯 내뱉던 '하고 싶은 일과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말들이 떠오른다. 누구에게나 꿈이 없는 삶은, 스스로를 무기력하고, 지루하게 만드는 듯하다.
떠오르는 기억
필자도 얼마 전, 어머니와 같은 말을 되뇌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회에 나오면 하고 싶었던 것이 정말 많았었다. 하지만 막상 세상에 나오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던 순간이 떠오른다. 무작정 들어간 첫 직장에서는, 해야만 할 것 같은 일과 하고 싶은 일에 사이의 괴리감에 늘 고민했었다. 그러나 우습게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마음속에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뚜렷하지가 않았었다.
가장 좋은 질문
아버지와 술 한잔을 기울이면서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른다. 요즘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생긴 필자는 전통주를 판매하는 곳을 찾아다니곤 했다. 아버지는 전통주 시장을 알기 위해서는, 해당 판매처에 질문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새로운 접근법을 넌지시 제안했다. 그 제안을 들은 필자는 아버지께 "그럼 어떤 질문을 하는 게 좋을까요?"라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아버지는 "본인이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게 가장 좋은 질문이다."라며 웃으며 대답하셨다.
하고 싶은 것
맞다. 가장 좋은 질문은 내가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서는, 스스로 궁금증을 느낀 것을 질문해야 한다. 질문에는 정해진 틀이 없으니, 그럴싸하게 묻지 않아도 된다. 아무리 멋진 질문이라도, 스스로 궁금증을 느끼지 않는 질문이라면 큰 의미가 없다. 꿈을 찾아가는 과정도 비슷하지 않을까.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꿈꾸는 것이지, 남들이 바라는 것을 쫒는 것은 꿈꾸는 것이 아니다. 흉내 내는 질문은 껍데기만 있는 물음일 뿐, 그것이 만족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질문이 멋질 필요가 없는 것처럼, 꿈도 화려할 필요는 없다. 그것이 무엇이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꿈꾸고 행하면 된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를 때
꿈을 꾸기 위해, 하고 싶은 것을 알아야 한다지만,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모를 때가 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시기를 겪었고, 또 겪는 중일 것이라 생각한다. 생각보다 우리는 자신이 궁금한 것을 직접 질문해본 경험이 많지 않다. 자신이 궁금한 것보다, 남들처럼 알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그 어떤 것들을 물어온 경험이 더 많을 것이다. 삶에서 죽음으로 가는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정해진 길만 가야 한다면, 인생은 제품들을 찍어내는 공장과, 합격과 불합격만을 나누는 시험장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듣기만 해도 재미없고 무기력해지는 인생이다.
인생이 재미없고 무기력할 때
삶에서 활력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일 수 있다. 즉, 선택이라는 자신의 권리를 오랫동안 잠재워놓은 경우일 수 있겠다. 살면서 늘 하고 싶은 일만 해야 한다기보다, 자신의 삶의 방향을 스스로 정할 때, 삶에 활력 생긴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선택지가 없는 게임을 누가 즐기며, 정해진 철길만 걸어야 하는 여행을 누가 떠난단 말인가.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더라도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자신이 생각하고 바라 왔던 결과가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결과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여정을 선택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질문을 던질 때도, 그 특정한 답을 바라고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궁금한 부분을 묻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과 같다. (물론 이 시대의 수많은 "답정너"들도 있지만.)
우리는 사람이다.
우리는 사람이다. 선택의 결과까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그것은 신의 영역일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살아갈 방향을 정할 수 있다. 이 선택이 바로 꿈이며, 삶의 기쁨이 된다. 살아있음은 이러한 "선택"을 할 때 느낄 수 있다. 사람답게, 사람다운 삶을 누리고 싶다면, 지금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선택해보자. 선택에 대한 주저함은 특정한 결과만을 정답이라 단정 짓고, 나머지의 상황은 직면하기를 거부할 때 강해질 뿐이다.
꿈을 꾸세요
그러니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이라도 꿈을 꾸어보자. 지금 우리는 살아있기에, 꿈을 꿀 수 있기에. 무언가를 주저하게 하는 걱정들은 미루어놓고, 자신이 궁금증을 느끼는 그 질문을 던져보자. 훗날 삶에서 주어진 시간이 다 지나고, 그 어디론가 떠나야 할 때, 단 한 번도 자신이 원하던 일을 시작해본 적이 없음을 뒤늦게 알아차리며 서러워하지는 않도록. 그러니 오늘은 필자도 꿈 하나를 꾸어본다. 어머니의 꿈에 잔소리보다는 응원으로 함께할 수 있는 아들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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