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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상 ◆

움직이는 것과 멈추어 있는 것 (살아있다는 것)

by ✪‿✪ 2022.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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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속 세상
창문 속 세상

눈을 떠보니

 나른한 오후, 움직이는 것이 싫어질 때가 있다. 지금이 딱 그렇다.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스르르 잠이 든다. 갑작스러운 스마트폰의 진동소리에 잠을 깬다.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정신을 차리고 창문을 연다. 무심코 쳐다본 창문 밖 저 멀리 도로에는, 자동차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살아있다는 것

 창문 밖 세상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움직인다는 것은 것은 살아있음을 표현하는 것이구나" 이러한 생각은 하나의 상상으로 이어졌다.

창문 속 세상

 창문이라는 틀 안에 보이는 세상에는 움직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가득하다. 지저귀는 새들이 날아다니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도 보인다. 하지만 그 사이에 솟아있는 송전탑은, 생명체들과 달리, 항상 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멈추어져 있다.

멈추어 있는 송전탑

 되돌아보면 계절마다 파릇파릇해지기도, 시들기도 하는 한그루의 나무보다, 언제나 걱정 없이 한 곳에 있을 수 있는 커다란 송전탑을 더 부러워했던 것 같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높게 우뚝 솟은 송전탑은 살아있는 생명체는 아니다. 다른 송전탑들과 함께, 정해진 자리에서 자신의 가치를 다하고 있지만, 그것이 송전탑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만약 송전탑이 전선을 이어주지 못한다면 그 가치는 사라진다. 언젠가 송전탑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처치 곤란인 하나의 고철이 될 뿐이다. 



행복,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나무와 송전탑을 비교하며 행복에 대한 상상을 펼쳐나갔다. 뒤이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장면들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행복은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끼는 상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있음은 멈추어 있던 때보다, 나아가고 있을 때 자주 느꼈던 감정으로 기억한다. 

행복이라는 짧은 시나리오

 사실 행복이라고 이름 붙인 미래의 시나리오는 그리 길지 않았다. 열심히 그려본 행복 시나리오는 오히려, 영화 한 편보다 영화의 한 장면에 가까웠다. 시나리오를 아무리 길게 늘여보아도, 제한된 행복 이야기는 언젠간 멈추게 되어있다. 행복을 어떠한 틀에 담았을 때, 마주하게 되는 필연적인 결말이 아닐까. 이처럼 멈추어 간직하는 행복은, 휴일의 여유로움 만큼이나 짧은 시간일 것이다.

찾아오는 의문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그 나날들이, 그리 오래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닫자 의문들이 찾아왔다. 그 상황이 현실이 된다면 얼마 동안 행복할 수 있을까? 또 다른 행복을 찾아 떠나는 과정이 반복된다면, 그 안에서도 진짜 행복을 느끼는 것이 가능할까? 그렇게 반복되는 삶에서, 날마다 새로운 행복을 만끽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활력을 찾을 수 있을까?



돈을 벌고 싶었던 이유

 가장 손쉽게 살아있음을 느끼는 방법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돈을 벌고 싶은 이유가 무엇이니?' 특정한 일을 하고자, 돈을 필요로 한 것은 아니었다. 돈이 행복을 보장해주지는 않겠지만, 돈을 많이 번다면, 조금 더 안락하고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부자를 꿈꾸게 하였다.

기능에만 치우쳐질 때

 돈을 버는 행위에 치우쳐진 이러한 사고는, 사람의 "살아있음"을 경제 활동, 즉 그 기능에만 초점을 두고 생각하게 만드는 듯하다. 삶에서 어떠한 역할과 기능 수행하는 것이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들 자체가 우리에게 생명력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방향을 정하고 나아간다는 것, 변화한다는 것, 다치거나 넘어질 수도 있지만 도전해본다는 것, 어쩌면 이러한 행위들 모두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각각의 증거 들일지도 모르겠다. 변화할 수 있다는 것,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살아있음, 즉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것들이 아닐까. 어떠한 기능을 위해 그 자리에 멈춰있어야만 하는 송전탑과 달리, 계속해서 변화하고 움직이며, 살아가야 할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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