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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 상 ◆

길들인다는 것과 길들여지는 것 (입맛에 맞게)

by ✪‿✪ 2022.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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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향신료
다양한 향신료

입맛

 "길들인다"라는 말을 떠올리면 어떠한 생각이 드는가? 필자는 '길들여진 입맛'이 떠오른다. 각 나라의 문화권마다 어려서부터 늘 먹어오던 음식이 다르다. 특유의 맛과 향에 우리도 모르게 길들여져, 자신이 원래부터 그 음식을 좋아한 것처럼 착각할 때도 있다. 사실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그 음식이 좋아지기도 한다. 입맛이 이렇게 길들여지듯, '우리의 행복도 길들여지지 않을까?'라는 상상이 시작되었다,

 

습관 

 '입맛'에 이어 '습관'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작은 습관들이 모여 한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반복되는 하나의 행동이 그 사람을 규정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좋지 않은 습관으로 망가지는 경우도 있지만, 습관을 통제하며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만들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어떠한 습관은 우리를 행복으로 이끌어주기도, 우리를 불행으로 이끌기도 하는 것 같다.

 

길들여진 상태로 돌아오는 것

 운동 트레이너가 함께 다이어트를 한다는 목적으로 살을 찌워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 트레이너에게는 이미 건강한 몸으로 살아온 길들여진 습관이 있었기에, 비교적 쉽게 원래의 건강한 몸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반대로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과 생활방식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은, 단기간에 만들어낸 몸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행복한 상태에 길들여진 사람은 불행에서 금방 빠져나온다. 하지만 불행에 길들여진 사람은 행복이 찾아와도, 또다시 불행으로 돌아간다.

 

공부는 엉덩이로

 공부는 엉덩이로 한다는 말이 있다. 끈기와 인내심, 그리고 지구력을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이 말을 통해 "길들여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일단 오래 앉아 있는 행동을 통해, 자신의 몸을 공부할 수 있는 상태로 길들인다. 그렇게 길들여진 몸은, 공부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행복이라는 상태에 도달하는 과정에서도 이처럼 어떠한 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

 

관계에서의 길들여짐

 사람의 관계에서도 길들임과 길들여짐이 있는 듯하다. 상대를 자신의 입장에만 맞추어 길들이는 것은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때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던 "가스 라이팅"이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상대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입맛에만 맞추어 상대를 길들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 관계에서 누군가를 길들인다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을 것이다. 서로를 사랑하는 두 남녀가, 서로 다른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을 서로서로 길들여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서로를 존중하며,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것은 어찌 보면 서로에게 익어가는 길들여짐이라 말할 수 있겠다.

 

소설 어린 왕자

 소설 어린 왕자에서 등장하는 여우는 말한다. "길들여진다는 것은 따뜻한 태양이 가슴속에 차오르는 느낌"이라고. 우리는 서로가 길들이고, 또 길들여지는 경험을 통해 특별한 따뜻함을 체험한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 가운데, 내 옆의 누군가가 더 소중하고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 길들여짐 때문은 아닐까. 사실 누군가를 길들이고, 또 누군가에게 길들여지는 과정은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는 것과 같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혼자만 갇혀있다면, 언젠가 그 사람은 멈춰버릴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길들여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발전하고 성장해간다. 의도했던 의도치 않았던 우리는 서로를 길들이며 길러주고 있는 듯하다.

 

잘못 길들이다

 때로는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불편함을 많이 느끼기도 한다. 애초에 잘 맞지 않는 성향이기에 그러할 수도 있지만, 서로에게 잘못 길들여진 탓에 둘의 관계가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당장의 편의를 위해 누군가를 과도하게 배려할 때가 있다. 때론 본인의 욕심으로 인하여, 자신의 상태와 상관없이 상대에게 모든 것을 맞추려 할 때도 있다. 반대로 지나친 이기심으로 인해, 상대의 상황과 관계없이 무작정 끌어내려 나의 입장에 맞추려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다. 이러한 상황들은 모두 잘못된 길들임의 사례이다. 또한, 잘못 길들여지면 둘의 관계를 바로잡는 것에 더 큰 에너지가 소비된다.

 

서로가 서로를

 사람의 관계에서 길들여짐은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 상호작용이 바탕이 된 길들임이 "건강한 길들임"이다. 따라서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이나 배려는 건강한 길들임을 방해한다. 길들임은 상대를 존중하면서,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필요해

 서로에게 길들여지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장인의 손에 익은 도구를 떠올려보자. 오랫동안 사용하여 때가 묻고 닳기도 한 도구가 보인다. 처음 그 도구를 잡았던 장인은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도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경험이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었다. 시간이 지나 경험이 쌓이고, 장인의 손에 도구가 익기 시작하였다. 이젠 다른 어떠한 도구보다도, 세월을 함께해온 이 도구가 장인에게 가장 익숙하다. 그 도구로 작품을 만들어낼 때 장인은 가장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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