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다는 것
누군가를, 또는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무엇일까. 기다리는 상황은 정말 다양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릴 때도 있고, 놀이공원에서 줄을 서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릴 때도 있다. 마냥 멍하니 기다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린 적도 있지만, 그 시간이 멈춰있는 것처럼 느낀 적도 있다.
피할 수 없는 기다림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수동적인 삶보다 능동적인 삶이 멋지니, 기다리지 말고 먼저 다가가라고. 하지만 모든 상황이 나의 다가감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나의 최선을 다하고 나서도, 결과를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기다림이라면, 어떻게 하면 덜 힘들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기다림의 경험
우리는 아주 어릴 적부터 기다림의 경험을 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밥을 주기를 기다리고, 넘어진 나를 일으켜주기를 기다린다.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더 빠른 도움을 받기 위해 목청껏 울어본 경험이 있다.
우리는 또 다른 기다림의 경험이 있다. 시험을 보고 그 결과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 기다림이 누군가에게는 짜릿한 경험일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힘든 기억일 수 있다.
조바심 또는 설렘
같은 기다림의 시간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조바심으로 지속될 경우와 설렘으로 지속되는 경우는 정말 다르다. 같은 줄을 서 있더라도, 그 줄의 끝에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선생님이 있는 것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유명인이 있는 것은 정말 다르다. 잠깐 시간 좀 내달라는 부탁을 받고 기다리는 사람이, 어려운 직장상사인 경우와 내가 짝사랑하는 이성인 경우도 굉장히 다르다.
이러한 차이들을 바라보다 상상을 해본다. 당연하게 다가오는 이 과정에서 정말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건 없는 것일까? 같은 기다림을 조바심으로, 또는 설렘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는 선택할 수 없는 것일까?
기다림을 없애지 못한다면
우리는 분명 기다림의 시간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기다림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 생명체가 자라는 동안에도 기다림이 필요하며, 모든 전자기기를 켜는 과정에도 기다림이 필요하다. 기다림을 없앨 수 없다면, 우리가 무엇을 기다릴지는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뭘 어떻게 선택하는데
사실 기다림 앞에서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떠한 줄에 서있고, 그 줄 앞에는 합격자와 불합격자를 나누는 두 개의 문만 있어 보인다. 심지어 그 두 개의 문 중 내가 원하는 문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 것인가.
우리가 진정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 사실 그 문이 아니다. 그리고 그 문을 선택하는 것은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 문을 통과하기 전까지 기다리는 마음가짐이다. 싫든 좋든 우리는 언젠가는 그 문 중 하나를 통과한다. 그 두 개의 문이 어떠한 색인지, 문 앞에는 어떠한 이름표가 적혀 있는지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참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 문 너머에서 나에게 벌어질 일들이다. 사람들이 그 문을, 또는 당신이 그 문을 어떻게 부르고 있는지보다, 실제 그 문을 통과한 당신에게 어떠한 일들이 펼쳐질지가 중요한 것이다.
도박을 할 것인가 여행을 할 것인가.
이제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두 개의 문이 아니다. 수많은 문들을 마주할 우리의 여정이 도박이 될지, 아니면 여행이 될지를 선택해야 한다. 두 개의 문 중 이길 확률이 높은 곳을 정하고 그곳을 지날 수 있기만을 기다린다면, 원하던 문을 통과하고 나서도 또 다른 조바심이 당신을 기다릴 것이다. 두 개의 문 중 하나의 정답을 정하지 않고, 어떠한 문이 열릴지를 설렘으로 기다리게 된다면, 그 문 뒤에는 또 다른 설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기다리는 이의 모습
기다리는 이의 모습은 어떤가? 항상 그 자리에서 그대로 멈춰있어야만 하는가? 약속 시간보다 늦어지는 친구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기다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약속 장소에서 그 시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기다릴 것이다. 잠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는 애인을 기다릴 때도 비슷할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자리는 남겨둔 채 나중의 만남을 기대하며, 자신의 모습을 더 가꾸고 성장해가면서 기다릴 것이다. 기다림의 시간 동안 멈춰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머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삶은 기다림
누군가가 말했다. "삶은 기다림"이라고. 이 말을 곱씹으며, 스스로에게 질문해본다. "당신은 삶의 끝에 있는 무엇을 기다리며, 또 기다리는 동안 어떻게 머물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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