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 세상
안경을 쓰고 누워있는 나에게, 아버지께서는 가끔 이런 농담을 던지신다. '꿈속에서도 잘 보이려고 안경 쓰고 자냐?' 아버지의 농담에 피식 웃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눈을 감고 잠을 자는 동안 펼쳐지는 꿈속 세상은, 안경을 쓰지 않아도 왜 그렇게 선명히 보일까? 그리고, 스스로의 모습을 꿈에서는 어떻게 볼 수 있는 것일까?
바라는 모습으로
꿈속 세상은 자신이 만든 작품과도 같다. 보고 싶은 사람을 예쁘게 그려서 등장시키고, 미워하는 사람을 못나게 그려서 등장시킨다. 무엇보다 자신의 모습을 입맛대로 바꾸어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자신의 모습은 바라는 대로 변하는 것이 아닐까?
MBTI에 빠지다
필자는 시대에 조금 뒤처지는 편이다. 한창 인기였던 MBTI 성격유형검사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질의응답을 통해 분류된 성격유형의 특징들은, 흥미로울 정도로 내 모습과 맞아떨어졌다. 이제야 상대방의 MBTI를 물어보는 사람들의 심리를 공감하게 되었다.
판단과 성향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본다면 신기해하며 이를 신봉할 이유는 없다. MBTI에서 진행되는 성격 분류는 온전히 자신이 답한 내용들로 판단을 내린다. 다시 말해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바탕으로 그 사람의 유형을 소개하는 것이다. "나는 이럴 때 이렇게 선택한다고 생각해.", "나는 이것을 저것보다 더 중요시한다고 생각해.", "나는 이것보다는 저것이 더 좋다고 생각해." 이러한 스스로의 판단들을 나열하다 보면 규정할 수 있는 하나의 성향으로 판단이 굳어진다.
새로운 사람
만약 같은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분명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조금 더 과장해서 상상해보자. 만약 자신의 선택을 스스로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면, 자신이 원하는 그 어떤 사람이든 될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판단, 즉 스스로가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은 스스로에게 던진 물음들에 대한 대답으로 결정된다. 그리고 그 결정으로 자신의 모습이 규정된다.
꿈속에서의 나
꿈속에서 나는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가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길을 따라 걷기만 한다. 아직까지 현실에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꿈 속보다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점에서는 더 자유로울 수 있다. 꿈속에서는 나의 모습은 몸무게와 관계없이 그대로이다. 현실의 모습이 어떠하든 스스로가 생각하는 나로 인식한다. 현실에서는 남들이 말하는 나로 스스로를 인식하기도 한다. 외양뿐만 아니라, 내면적인 부분도 남들의 판단에 치우쳐질 때도 있다. 현실 속 자신의 모습에 적절한 객관 하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 모습은 정해져 있지 않다. 자신이 지향하는 모습에 따라, 실제 자신의 모습도 변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바라보는 관점
요즘 들어 세계관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관점'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사실 세상은 하나의 모습이다. 다만 각자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세상이 좋은 곳이 되기도, 나쁜 곳이 되기도 한다. 사람에 대한 관점도 마찬가지이다. 때로는 사람이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신물이 나기도 한다. 자신의 인생관도 비슷할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같은 모습이지만 다르게 와닿는다. 결국 스스로가 어떠한 관점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대상이 규정되는 듯하다.
가치관이라는 도화지
생각보다 우리에게는 가치관이라는 도화지에 그릴 수 있는 것이 많다. 심지어 "절대자인 신"마저 자신의 마음대로 그릴 수 있지 않는가. 물론 그 대상들에 대한 스케치만으로 진짜 그들의 모습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스스로의 모습을 스케치하는 경우는 다르다. 타인의 할 선택은 본인의 몫이 아니지만, 본인이 걷고자 하는 길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으니 말이다.
자화상을 그려보자
스스로가 존재하는 한, 새로운 자화상을 그릴 수 있는 기회는 늘 열려있다. 자신의 모습을 알고 있다면, 그 모습을 바탕으로 조금씩 수정해나가면 된다. 자신의 모습을 모른다면, 이런저런 시도를 통해 스스로의 모습을 찾아가면 된다. 꿈속에서 등장하는 나는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가? 내 몸이 사라지고 기억들이 희미해져 가는 순간, 나는 나를 어떤 모습으로 떠올릴 것인가? 어쩌면 그때의 모습은 당신이 그리는 자화상의 모습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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