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는 이곳을 벗어나고 싶을 때
우리는 가끔, 혹은 자주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집을 나가고 싶을 때가 있고, 다니던 직장을, 다니는 학교를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으며, 더 심각해질 때는 이 세상을 나가고 싶을 때가 있다.
게임과 블로그에는 로그아웃 버튼이 있지만, 인생에는 로그아웃 버튼이 없는지라 그냥 로그인된 상태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버튼인 줄 알고 눌렀더니 로그아웃 안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벗어나고 싶은 이유
나는 왜 지금 있는 곳에서 나오고 싶은 마음이 들까? 이런 마음이 살면서 몇 번이나 들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처음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신한다. 이 복잡한 마음을 간단하게 바라보고자 로그인과 로그아웃의 개념을 빌려 재밌는 상상을 해본다.
로그인, 그리고 로그아웃
나는 왜 로그인을 할까? 내가 필요해서 했다. 블로그에 글을 쓰기 위해, 혹은 게임을 즐기기 위해, 또는 나임을 증명하기 위해, 특정 공간에 들어가기 위해. 그게 무엇이든 어떠한 목적이 있었다.
그럼 이제 왜 로그아웃을 하려 하는가. 아니 적어도 왜 로그아웃을 하고 싶은가? 목적을 달성해서? 원하던 목적을 이룰 수 없다는 걸 깨달아서? 아니면, 장시간 아무것도 입력하지 않아서? 개인정보 유출이 걱정되어서? 로그아웃 버튼을 누르기 전, 로그아웃하고자 한 이유를 적어도 본인은 알고 있다. 세상에서도 비슷하지 않을까?
내가 있는 곳에서 나가고 싶다면, 혹은 나와야 한다면, 내가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되었는지 무엇을 위해 왔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게 나의 접속 목적이자 경로를 알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나의 접속 목적을 알지 못한다면, 더 이상 로그인이 필요 없는 상황에도 자신의 계정을 계속해서 노출시키고 결국에는 타인이 이용하게 된다.
내가 있는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내가 왜 이곳에 로그인했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그 이유는 자신만이 알 수 있다.
만약 다른 이의 권유나 강압에 의해 로그인을 한다면,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러므로 남들의 목소리가 아닌,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내가 로그인한 이유를 찾았다면, 그 목적이 달성되었는지, 그리고 이곳이 그 목적에 부합하는 공간이 지를 스스로 판단하면 된다. 어떠한 선택을 하던 계정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지게 된다.
생명, 특이한 계정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계정이 있다. 바로 나의 생명이다. 나는 내가 어떻게 생명을 얻게 되어 세상에 로그인된지는 모른다. (물론 성교육은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나는 세상에 다시 접속하는 방법을 모른다. 그러하기에 로그아웃에 신중해진다.
로그아웃 하고 싶을 때가 전혀 없던 건 아니지만, 버튼을 누르지 않았던 건 로그인한 이유를 확실히 알지 못해서였다. 나는 아직도 내가 로그인한 이유를 찾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밖이 아닌 내 안에서 찾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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