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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 상 ◆

깨고 싶지 않은 꿈 (귀멸의 칼날 극장판 무한열차편)

by ✪‿✪ 2021.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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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영화 속 혈귀

 "귀멸의 칼날 무한 열차 편"에서는 사람들을 잠들게 하여 무력하게 만드는 혈귀가 등장한다. 그 혈귀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꿈을 선사하여 그 꿈속에 남아있기를 선택하게 만든다. 그렇게 가둬진 사람의 정신을 파괴하기 위해 혈귀는, 또 다른 사람을 이용하여 꿈속에 사는 이를 폐인으로 만든다.

 

행복한(?) 꿈

 나도 가끔 행복한 꿈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 스스로를 가둔다. 그 잠에서 깨고 싶지 않아 현실을 외면하며 살아간다. 현실을 인지하는 순간이 다가올 때면, 귀멸의 칼날에 등장하는 혈귀에게 이용당하는 사람들처럼 다시 잠들기를 간절히 원한다.

 

빨간 약과 파란 약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꿈에서 깨어나 진실을 알게 하지만, 고통스러운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빨간 약과, 진실은 알 수 없지만 행복한(?) 환상 속에서 삶을 이어가게 해주는 파란 약.

 가끔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 꿈속에 갇혀 지내는 것보다 더 괴로워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행복한 꿈은 꿈일 뿐이다. 그 꿈처럼 현실이 변할 수 없다면, 현실과의 괴리감과 상대적 박탈감만 심해져, 더욱 나의 현실을 불행하게 만들 뿐이다.

 

꿈에서 탈출하는 법

 귀멸의 칼날의 주인공은 주술에 걸려 잠들 때마다, 자결을 하여 꿈에서 탈출한다. 영화 인셉션의 설정도 비슷하다. 꿈에서 깨어나려면 자결해야 한다. 물론 실제로 자결이 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설정들을 되뇌어보다,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꿈속에서 나를 헤친다는 것, 본연의 내가 아닌 나를 거부하는 것. 다시 말해, 현실의 내가 아닌 포장된 나, 또는 내가 만들어놓은 나를 내려놓는 선택이 아닐까. 그 모습이 아무리 아름다울지라도 내가 아닌 나를 붙들고 있다면, 진짜 나로 살아갈 수 없게 된다. 진짜 나로 살지 못하는데 어떻게 진짜 행복이 있으랴.

 

주인공이 기억하고자 했던 것

 아무리 이상적인 꿈 안에서도 주인공은 끝까지 기억하려 하던 것들이 있다. 주인공은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하고자 했던 일, 즉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되뇌었다. 그리고 자신을 괴롭히던 상실감을 받아들이고, 과도한 죄책감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함을 기억하고자 했다. 이러한 노력들이 환상에서 나올 수 있도록 힘을 주었다.

 

내가 범하는 오류

 가끔 나는 이러한 오류를 범할 때가 있다. "나는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이야." "나는 착한 사람이야." "나는 모두에게 인정받는 사람이야." "저 사람들은 나를 소중히 생각해."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만큼은 아름답고 즐거운 이야기일 테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는 법이다. 만약 항상 그렇다면, 그건 분명 꿈 속일 것이다. 때로는 그 환상(꿈) 속에서 내가 만들어놓은 나를 내려놓고, 현실로 돌아와야 할 때가 있다. 무시받고, 조롱받고, 추악한 스스로를 보기도 하는 현실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행복을 향한 발걸음이 시작된다.

 항상 인정받아서 행복한 게 아니라, 온전한 내 자신으로 살 때 행복한 것임을 느낀다면, 꿈속이 오히려 답답하게 느껴질 것이다. 현실이 눈물 나도록 비참하고, 욕 나오도록 화가 나고, 비명을 지를 만큼 힘들어도, 내가 현실에 있다면 행복을 향한 여정을 시작을 할 수 있다.

 

바라는 점

 앞으로는 현실을 살아갈 수 없게 하는 꿈이 아닌, 현실을 온전히 살 수 있게 하는 꿈을 꾸기를. 또한, 현실에서 하나씩 할 수 있는 일을 해가며, 현실 속 숨은 가치를 찾아 지금 이 순간이 설레는 꿈처럼 소중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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